2004. 6. 2. 13:09ㆍ★ 부부이야기
죽을 먹는게 싶지 싶다가 그냥 아침에 싸놓은 김밥을 먹는다.
방금전에 위내시경을 하고 집에 돌아왔다.
마취제를 주사하면 늘 속울렁거림과 뒷골이 땡기는 증상이 여느 사람들보다는 오래 가는듯해서,
작년부터 나는 수면내시경이 아닌 일반 내시경을 하고 있다.
정말 진땀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입안에 머금고 있어야 하는 끈적거리는 약도 그러하고,
검은 굵은 전선을 내몸안으로 쑤욱 집어 넣을때의 느낌이나,
위조직을 쨉싸게 살짝 떼어내는 그 느낌도 참으로 싫다.
하지만 그 10여분이 조금 넘는 그 시간이 지나면 날 괴롭히는 두통이 없어서 훨씬 몸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덜 걸린다.
재작년에 한 수면내시경은 눈감았다가 뜨니 이미 검사가 끝나 있어서수월한것 같았지만,
그 뒤로 오랫동안 난 뒷골땡기는 멀미 뒷끝같은두통에 시달려야 했었다.
어젯밤엔 판촉을 이유로 술한잔 한다는 남편은 3시가 넘는시각에 들어와서 늦은 출근을 했다.
아무리 생각하고 이해해주려 해도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수 없는 남편의 술과
그로 인한 새벽귀가시간에 담담해지기로 했다.
남편에게서 벗어나고 싶었고 담담하게 남편을 바라보고,조금은 남편에게 멀어지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늘 집에서 남편만 해바라기 하는 내 자신이 잘못된것 같다는것을
늘 알면서도 머리와 가슴이 따로 놀아서 늘 힘이 들었다.
조금만 더 남편에게 멀어지자고 결심해본다.
카드로 술값을 내는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충당하는 그런 술자리에는그냥 그려려니 하도록 노력해보자.
피터지게, 이를 악물면서, 내성격에는 함께 사는 사람에게그런 담담함을 가지기가 쉽지 않겠지만
남편이 변하지 않는 이상 나만 늘 힘이 들것 같기 때문에...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내 몸의 건강을 위해서 눈 벌개져서 남편이 들어올때까지
기다리는 일을 여기서 그만두자고 얼마나 마음을 다잡고 있는지 모른다.
남편도 아무리 현실이 힘들어도 자기 나름대로의 즐거움이있어야 하는것이고,
그게 다만 술자리로 이어지고 술친구들끼리 어울려서 호프 한잔 하고 당구 한게임 하겠다는데
그것까지 내가 뭐라 할수 없잖은가..사실이든 아니든간에 술마시고 허튼짓은 절대로 한적 없다고큰소리 치니까,
그냥 그래그래 넌 네가 좋아하는 술자리종종 가지면서 니 스트레스 풀도록 하고,
난 나대로 내 이쁜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엄마로 존재하면서
종종 친구들 만나 수다떨면서 나름대로 스트레스 풀면서되는거지 뭐... 이렇게 생각하기로 결심했다.
내일은 이태원에 사는 여고 동창 친구집에 가기로 했다.
대학 졸업하고 단한번도 직장생활을 해보지 못하고 바로결혼을 한,
요즘세상에 보기 드물게 이조시대 여자같은 심성을가진 그런 친구를 만나러 가기로 약속이 되어있다.
결혼한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아직 시어머니라는 분 앞에서 숨소리도한번 제대로 쉰적이 없다는 친구다.
결혼해서 시어머니와 한집에서 살다가 3년전에서야 분가를 했는데
분가한 집도 창문을 열면 시댁이 보인다고 했다.그
래도 남편의 변함없는 사랑과 너무나 가정적이고 친구를 변함없이 아껴주는 마음에 행복하게 살고 있는 친구이다.
그러고보니 내 주위엔 시어머님와 한집에서 살 경험이 있는 며느리들이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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