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인 된 딸과 함께 우리집을 찾은 친구를 만났다.그 먼 광명에서 여기까지... 이유인즉 마음이 심란해서 누군가와맘껏 애기라도 하고 싶어서 왔다고 말하는 그 친구가 쓸쓸해 보였다.이른 결혼을 해서 그런지 그 친구에게 이제는 그 친구와 키가 똑같은5학년된 이쁜 딸내미가 있다.내 아이들이 늘 노래를 부르는 "슬기언니"가 그 친구의 딸내미이다.내 어린시절만큼이나 키가 큰 아이다.시누의 아들이 친구의 딸과 동갑내기인 초등학교 5학년이지만,시누의 아들은 살만 쪘지 진짜 어린애인데,친구의 딸내미는 완전 숙녀였다.살이 많이 찐 친구를 닮지 않아서인지 키도 크고 늘씬하다.이쁘다, 너무 이쁘고 엄마의 친구처럼 보이는 그 친구의 딸을 보면서난 미래의 나와 보미의 모습을 상상해본다.벌써 초경을 시작했다는 친구의 딸은 아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내게도 너무 이쁘고 기특하게만 보인다.아마도 내가 딸만 둘 가진 엄마라서 더더욱 그런 마음을 갖게 되는건지도,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친구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아이가 넘 이쁘다.내 아이들도 무척이나 슬기(친구딸이름)를 따르고 좋아한다.손을 잡고 다니면서 잠을 잘때도 보미는 특히나 슬기와 붙어서 꼭안고 자면서 너무 행복해 하는 모습이었다.나와는 여러면에서 다른 친구이다.성격도, 외모도 그리고 생활방식도.. 내겐 늘 너무 보수적이고답답하게 산다고 말하는 그 친구는 그래서 날 너무 틀에 박힌모범생과 친구로 단정을 하면서 날 모든면에서 완벽한 사람으로보는 경향을 갖고 있다.실제로는 나만큼 엉성하고 제멋대로 게으른 사람도 없는대도..잔소리가 가장 많은 친구로, 입바른 소리도 젤 잘하고, 그래도힘들때 가장 생각나는 친구가 바로 나이기도 하다고 하면서심란한 마음을 다소라마 풀기 위해 이 멀리 사는 가장 오래된고향친구인 날 보러 온거라고 했다.너무 이른 나이에 가정을 이루고 10년을 살다 이혼이라는 쉽지 않는선택을 하고 재혼이라는 힘든 결정을 앞둔 상황에 그 모든생각들과 마음을 소주 한잔의 힘을 빌어 밤새 내게 애길 한다.그런 자리에서 술한모금을 입에 대지 않고 맨정신으로 가만히그 친구의 애기들을 듣기만 했던 나, 쥬스 한잔만 비웠다.그렇게 우리집에서 새벽 4시가 넘는 시각까지 애기를 하고졸음에 떠밀려 잠이 들었고, 그래도 집주인이라는 티를 내르랴나는 아침 8시반에 일어나 아이들 아침을 챙기고 조금은남편에게 미안한 맘과 고마운 마음으로 간만에 고등어 조림을새로 준비해서 성찬(?)의 아침상을 차렸다.알바하는 친구가 점심을 사겠다고 해서 친구와 슬기와우리집 아이들과 나와 알바하는 친구가 비싼 외식을 했다.배터지게 먹고 보미와 혜미의 머리를 묶어주며 언니 노릇을 톡톡히하면서 두아이를 끝까지 잘 챙기는 친구의 이쁜 슬기를 바라보는 내 마음도 만감이 교차했고,그 친구와 슬기의 모습과 내 막내와 막내의 아들내미 모습을 생각했다.혼자서 아이를 키우는것과 끝이 뻔히 보이는 미래였기에쉽지 않는 선택을 이혼을 택한 친구와 그리고 내 동생의 모습을깊이 깊이 다시 한번 생각하고 새삼스러운 마음으로나와 내 남편, 그리고 내아이들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우리는 홀쭉이와 뚱뚱이라고 말하며 깔깔거리는 친구의 농담에나도 웃어주었지만 내 마음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고향친구... 나와는 너무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정이 많은 그 친구,집에서 큰딸이라는 위치가 나와 같아서 늘 자기 가족들에게베풀려고 하는 그 친구.. 나와 다른 장녀의 모습이다.친구가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네가 애길 들어줘서 얼마나 좋은지..자기 애길 들어줄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게 얼마나 좋은지모르겠다고, 역시 고향친구가 최고라고 말하는 그 친구의말이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알수 있는 내가 되었다.직장생활로 피곤할텐데 그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2시간은 족히넘은 걸리는 여기까지 아무 힘도 없는 날 찾아준 그 친구에게나는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친구의 존재, 자신의 애길 하고 싶은데 자기 애길 들어줄만한상대방이 없다는것,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일것 같다는생각을하면서, 이번에도 나는 친구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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