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로 물량이 늘어나서 야근 지원자들를 조사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황금 같은 금요일밤의 휴식을 반납하지 않은 채 퇴근을 했었다.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또 애사심의 대한 허영심(?)과 야근 수당을 탐하면서 밤 9시까지 닌텐도를 열심히 고쳤다. 쓸쓸하고 서글픈 혼자만의 퇴근길에 하늘을..
음식을 하다가 칼에 베어서 피가 난다고 해서 호들갑을 떨어 본 적은 없었다.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처럼 비실대면서 이 곳 저 곳이 아프지만, 입 밖으로 아프다는 말을 달고 살진 않는다. 마음적으로, 체력적으로 힘들때마다 나보다 몇 배는 힘든 사람의 떠올리며 나의 엄살을 부끄러워 한다. 부당한 말..
시누들이나 시동생은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 나와 남편이 어머님을 모시고 참석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돌아가신 아버님을 대신해서 아버님의 친구분 자제분 결혼식에 참석만 하고 봉투를 전해드려야 하는 경우도 많았으며, 어머님이 챙겨야 하는 부분을 챙기지 못하시게 되면 그 부..
키도 작고 얼굴도 못 생겼고 외모적으로는 끌어당기는 매력도 없었다. 살림을 똑소리 나게 잘하거나 자녀 교육에 탁월한 능력을 가졌거나 관심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 어떤 일을 배울 때 뛰어난 능력을 갖지도 않았으며, 근면성실하다고도 할 수 없었다. 특별히 사교성이 좋은 사람이라고도 할 수 없..
축구하르랴 귀가 늦어지는 날이나, 일 때문에 자정이 넘어서 귀가를 하시는 내 서방님이 내 곁에서 주무시는 날이면 자동으로 남편의 손은 내 어깨로 올라 간다. 어깨가 뻐근해서 맨날 쑤시고 아픈 마누라의 어깨를 주물러 주기 위해서다. 톨게이트를 다닐 때부터 내 어깨를 주물러 주는 남편의 손길..
1년에 서너번 정도는 술회사를 다니고 있는 서방님이 술을 집으로 박스로 가져오는 경우가 있다. 술이라 하면 무조건 이가 갈리고 치를 떠는 나는, 그런 술병들만 봐도 울화가 치민다는 이유로, 전에 살던 곳에서는 이웃에 친하게 지내는 두 언니들에게 고스란히 날라다 주었고, 그 언니들을 알고 지내..
엄마의 손을 잡고 도서관 갈 때가 제일로 행복하다는 나의 12살된 작은 딸, 요즘 들어 책을 좀 읽는다. 이제 12살임에도 큰 아이의 비해 아기 처럼 느껴지는 작은 딸, 혜미는 지금도 나와 손을 잡고 걸을 때면 "내 손 꼭 잡아, 좀 더 힘줘서.." 라는 말을 하는 딸이다. 노트 빼곡하게 독서록을 ..
지난 주까지 금요일 하루만 빼고 매일 도시락을 싸서 출근을 했었다. (금요일엔 외식을 한다) 23살 청년과 26살 청년 그리고 현재 임신5개월인 둘째 아기를 가진 36살인 아줌마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두 청년은 모두가 자신의 도시락을 본인이 싸온다고 했다. 반찬도 대부분을 본인이 다 한다고 하면서, ..
마흔 두살인 엄마에게 동생을 낳아달라는 말을 수시로 하고, 낳아줄 수 없다면 입양이라도 하자는 말을 하던 작은아이 혜미였다. 이번 이모부님 부고소식으로 이제 24개월이 된 여자아이를 맡게 되었을 때도 누구보다도 기뻐하던 혜미였다. 이뻐서 어쩔 줄 모르고, 너무 귀엽다고 몸서리를 치던 혜미..
블로그로 인해 평범하기 그지 없는 아줌마가 신문지면에 오르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그 소식을 알리면서 나름대로 유치한 자랑질도 했었다. 특히 두 딸들에게....^^* "엄마가 왜? 신문에 나오는건데?" 라는 반응이었다. 무심한 남편은 이 일로 수개월만에 내 블로그에 들어와 내 글을..
주말이 되면 1주일동안 먹을 반찬들을 만들게 되었다. 도시락 반찬도 미리 좀 만들어 놔야 하고 아이들이 먹을 반찬들도 만들어야 하니 음식 하는데도 손이 느린 나는 서너시간은 후딱 지나가게 된다. 호두 멸치 볶음을 만들 때는, 내가 남편을 볶아댈 때처럼 나무 주걱으로 뒤적거리며 ..
이 번주 들어서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실수를 덜 하고, 수리를 하면서 소모되는 부품들이 줄어들었다. 여전히 손놀림은 느리고, 여전히 교육생 중에서 가장 느린 속도로 일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조금은 나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나니 머리가 아픈 게 덜 한것 같았다. 그래도 이 일을 계속 내가 더 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