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원어치 상품권이 생겼다. 이 달 생활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행복했다. 나는 돈을 좋아하는 주부다. 상피암 진단을 받고 절망하던 3월에, 보험금이 입금됐다는 문자에 가장 큰 위로를 받았다. 가족과 친구들의 진심어린 마음보다, 보험금에 더 큰 위로를 받았던 것이 솔직한 내 마음..
여고때, 집에서 학교까지 가려면 30분정도를 걸어야 했다. 5일장이 열리는 날에도 집에서 장까지 가려면 40분 이상을 걸어야 했다. 농사철이 되면 거의 매일, 논이나 밭에 가려면 20분 정도를 걸어야 했다. 친구들과 골목에서 뛰어노는 시간도 서너시간은 족히 넘었을 것이다. 학창시절에도..
3월 초, 자궁상피세포이상으로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도 놀라지 않았다. 자궁경부암일 수도 있다는 말에도 담담한 척 하려고 했었다. 조직검사결과를 기다릴 때도 말기만 아니면, 뭐든 다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내 상태를 알고 있던 남편과 동생에게도 꿋꿋한 아내인 ..
6월 24일 검사한 자궁경부암 검사 결과를 , 7월 4일날 전화로 통보 받았다. 깨끗하게 나왔으니 앞으로 3개월에 한 번씩 정기검진만 받으면 된다고 했다. 수화기를 든 채 감사하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지금 의사가 자궁경부원추절제 수술을 한 것도 아니었고, 약을 처방해준 ..
감자 3개를 생즙을 내서 마셨다. 만성위염과 역류성 식도염에 좋다고 해서 갈아서 마셨다. 남편은 안 주고 나만 마셨다. 거르지 않던 챙겨주던 양파즙도 요즘은 안 주고 있다. 아침마다 싸 주던 김밥도 안 챙겨주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미역국에 감자 조림, 멸치, 김치가 전부인 아침상을 ..
문예창작학과 1학년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났다. 세 과목은 과제물 제출로 기말고사를 대체했는데, 한 과목은 기말고사를 봐야했다. 기말고사 유형은 서술형 두 문항으로 출제할 거라는 공지사항을 지난 달에 읽었다. 어떤 형식으로 기말고사가 치뤄지는지 연습도 했었는데 어제 본 기말시..
친정엄마가 와계시는 동안 일정금액의 병원비와 생활비가 지출되었다. 그 비용의 상당부분을 둘째동생이 부담했다. 자식들에게 어떤 경우에도 경제적인 부담을 주지 않으시려는 친정엄마도 우리집에서 식사를 하시거나 엄마, 아빠 옷가지와 나와 동생들에게 줄 침구류를 구입하는데 지..
요리를 하다가 실수로 칼에 손이 깊게 베어서 피가 좀 많이 난다고 호들갑을 떠는 여자는 아니었다. 학창시절, 곤충이나 벌레를 보고 놀래서 비명을 질러대던 여학생도 아니었다. 또래 남학생들이 나의 큰 키와 마른 체형을 가지고 낄낄대면서 놀려댄다고 화를 내며 반응을 보이던 여학생..
토요일, 새벽일찍 일어나 김밥을 싸서 남편과 함께 친정엄마를 시골집까지 모셔다 드리고 올라왔다. 남편이 친정엄마를 집까지 모셔다 드린 적은 이번이,결혼 후의 처음있는 일이다. 지금의 상황을 모르시는 엄마는, 사위에게 한없이 미안해하고 고마워 하셨다. 엄마에게는 이번 내 상피..
어제 일요일, 동생이 제부와 함께 다녀갔다. 며칠내로 시골로 내려가실 친정엄마를 뵈러 왔다. 동생이 어디서 구했는지 나, 달여 먹으라고 암치료와 면역력 증가에 도움이 되는 버섯세트를 주고 갔다. 소고기 등심과 삼겹살에 맛난 점심을 먹었다. 시골 아버지가 내내 걸리시는 친정엄마..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들까지 학교에 가고나서 설거지를 할 때즘에 집전화벨이 울렸다. 올 1월달즘에 만났던 나의 오래된 고향친구였다. "보형아, 나야.... 너 요즘 별 일 없지?" "응 별 일 없는데 왜? " "응... 어제 니 꿈을 꿨는데 그냥 니 생각이 나서.." "무슨꿈인데..? 안 좋은꿈이었어?" ".....
남편이 주먹으로 쳐서 망가져 있는 우리집 화장실 문짝을 어제서야 보고 엄마가 물으셨다. "이거 김서방이 술마시고 때려부셨냐? " "아니, 보미 아빠가 술쳐묵고 왔길래 내가 열뻗쳐서 발로 몇 번 차버렸더니 그렇게 되버리대..." "오메, 미친년, 니 같은 성질머리 가진년을 그래도 마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