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주정뱅이>
아무도 나에게 술먹으러 가자는 말을 하지 않고 우르르 일어나 식당으로 가버릴까봐 나는 초조하고 두려웠다. 말수가 줄고 표정이 우그러졌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과 사무실 탁자 주변이나 써클룸 창가를 서성였다. 나가 봐도 안 좋은 일을 당했거나 심각한 고민에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그때 누군가 내게 다가와 술이나 한잔하자고 제안하면 당장 내 눈엔 생기가 돌고 입가에 미소가 퍼졌다. 오로지 그 순간을 위해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거짓된 내용을 연기하고 있었고, 동기 녀석은 그걸 알아채고 누설한 것이었다. 무슨 얘기냐고 몰으니, 그 선배 왈, 자기 평생에 어떤 술자리에서도 결코 먼저 일어나자는 말을 하는 걸 본 적이 없는 인간이 두 명 있는데 그게 바로 A와 바로 나라는 것이었다. 선배의 말은 나를 묘한 충격..
2017.07.19